사진/움짤/영상 포항 나고야 간단 전술분석[발롱도르~]

김기동 감독은 이 경기를 앞두고 최초 타쉬, 크베시치, 임상협, 권기표의 힘으로 밀어붙혀 볼 생각이었던 듯.

하지만 나고야에게 선수를 내줌. 나고야는 이 경기 뚜렷한 전술목표가 있었는데

우선 푸른색 공간에 공격거점을 마련하는 것. 그래서 저 지역 주변으로 센터백, 미드필더, 풀백들을 다수 포진시키고, 이 선수들 간의 위치변화를 많이 가져가면서 저 공격거점에서 여유공간을 확보. 이후 준비되어 있는 공격전술 패턴들을 실행하겠다는 거.

보다시피 이 공격거점에서 시작되는 다양한 패턴의 공격이 실행되었고, 아주 집중적으로 이뤄졌음. 첫 실점도 결국 이 패턴에 허용.

김기동 감독은 전반전 끝나자마자 타쉬, 크베시치를 빼고 전방 투톱으로 이승모, 고영준을 투입.

왼쪽 풀백 강상우를 오른쪽 윙어로 포지션 변경.

그리고 중앙미드필더 신진호와 이수빈의 위치를 서로 교환해서 이수빈이 오른쪽 중앙에서 활동하게끔 했음.

첫 움짤에서 보면, 신진호가 상대 전술에 현혹되서 후방커버를 못 들어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렇게 상대가 전술적으로 만들어 들어오는 장면에서는 확률 높게 이수빈이 반응을 잘함. 수비포지셔닝과 수비전술이해도는 이수빈이 우수하기 때문.

또 고영준은 미드필더로서 보면 수비가담이 아직 부족한 느낌이 있지만

스트라이커로서 보면 수비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우수함.

그리고 이 지점에서 나고야의 맥을 끊어내는 데 성공할 경우, 여기서 바로 역습을 나갈 수가 있는데

그럴 경우 강상우의 개인기량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에 권기표의 활약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강상우로 바꾼 게 아니었을까 싶음.

후반 나고야 선수가 저쪽 방향으로 몸을 돌리고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이건 낚시임. 고영준도 알고 있음. 그래서 속아주는 척 하면서 여차하면 나고야의 공격거점으로 압박 나갈 생각을 하고 있었음.

전반보다 후반 이 지점에서의 포항압박은 더 체계적이고 타이트하게 이뤄짐.

1차적으로 고영준이 나고야의 전진패스 길목을 잘 견제하고 있음. 고영준이 이 위치까지 이동했다면 나고야는 반대로 전환해서 다시 그 공격거점을 마련하려고 할 거임. 그러면 고영준이 쉽게 못 따라올 테니까.

나고야의 반대전환이 시작되자 이승모가 빠르게 한쪽으로 몰아주기 시작. 그리고 고영준..

고영준은 어떤 속도로 붙어줘야 하고, 어떤 방향으로 압박해야 상대 볼란치의 전진패스를 막아낼 수 있을지 알고 있음. 포항은 후반 초반 이런 식으로 나고야의 거점을 붕괴시켰음.

그러자 나고야의 감독은 빠른 전술변화를 감행. 얼핏 이탈리아 출신이라고 들은 거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전술변화를 주는 타이밍과 전술변화 폭이 빠르고 큼.

저 거점을 포기하고 기본적인 4-4-2 전술로 변화해서 좀더 심플하게 만들어 들어오려 함. 그리고 나고야가 초반부터 전방압박을 적극적으로 실행하면서 전반 25분경 급격히 체력저하가 왔었고 이후 포항 흐름이 살아나기도 했었는데 나고야 감독은 후반 초반 세 명의 공격진을 동시에 교체하면서 전방압박의 강도를 유지하려 했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포항 수비진의 빌드업능력이 약하다는 판단이었던 거 같고, 전방압박이 잘 먹힌다 생각한 거 같음.

특히 이 9번 타겟을 투입했는데 포항의 2번째 실점장면 직전 이 선수의 높이와 힘을 짐작하지 못한 포항의 센터백이 공중볼을 처리하지 못해 뒤로 흘렀고,

그 흐른 볼을 신광훈이 헤딩으로 걷어내려 했지만 불편한 자세였기 때문에 제대로 처리가 안됨. 그러면서 2번째 실점의 빌미가 되어버린 핸드볼 파울을 범하는 결과로 이어짐. 신광훈은 경고누적으로 퇴장. 그러면서 경기가 기울었음.

이 경기가 나름 상징적인 게.

K리그 수비수들의 빌드업능력이 아직 J리그 수준의 조직적인 전방압박에 취약하다는 거.

반대로 J리그 수비수들의 빌드업능력과 전술이해도가 우수하기 때문에 경기흐름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수비전술이해도와 전방압박능력이 있는 공격수들이 필요하다는 거.

그리고 K리그의 새로운 흐름을 가져오고 있는 수비전술이해도 우수한 유망주들이 용병들 대신 필요할 수 있다는 거.

김기동 감독이 리그에서 이런 과도기적 변화를 의식하며 용병과 유망주를 기용하는 게 확실하다는 거.

어린 선수들의 전술이해도가 일본을 많이 따라잡았다는 거 등.

뭐 이런 K리그의 흐름과 유망주들의 높아진 수준을 좀 더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었던 경기가 아니었나 싶음.

다음 나고야 전 김기동 감독은 분명 이걸 의식하고 나올텐데 어떻게 준비해서 나올지 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