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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bus의 어원에 관하여 (feat. 라틴어와 그리스어)[발롱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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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jpg

 

 

뚜벅초들의 유용한 친구, 버스

 

외국어를 모르는 사람 누구나 한국어의 '버스'가 영어의 'bus'에서 온 것을 알겁니다.

 

그런데, 영어의 'bus'는 어디에서 왔을까요?

 

 

19th century flouring milling turbin.jpg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말은 1823년, 프랑스의 낭트(Nantes) 지역 교외에 있는 리슈부르(Richebourg)에서 제분 사업을 하던 사업가 스탕스니라 보드리(Stanislas Baudry)에 의해 유래되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당시 제분 사업은 위의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은 물레방아 방식의 수력 터빈을 이용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는 제분된 곡물뿐 아니라 제분소에서 터빈을 돌아가게 해기 위해 뜨겁게 달군 물이 그대로 방류되는 것이 아까웠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 물을 사업에 이용할 생각을 합니다. 바로 목욕탕(Spa) 산업이죠. 그리고 그의 목욕탕(Spa) 업소가 있는 리슈부르(Richebourg)까지 낭트(Nantes) 도심의 사람들을 옮길 16승 대형 마차를 운행하게 됩니다.

 

 

Omnibus.png.jpg

 

그는 도심에 이 마차를 탈 수 있는 정거장을 만들었고, 이 마차가 처음으로 사람들을 태우는 장소가 이 마차의 이름을 결정짓게 됩니다. 사람들이 마차를 처음 타게 되는 정거장에는 'Omnés 가문'이 운영하는 모자 가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가게의 주인은 자신의 가문명이 'Omnés'인것을 이용하여 라틴어로 말장난을 하게 됩니다. 'Omnes'는 라틴어로 '모든 것들'이라는 뜻이었거든요. 상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는 끝내주는 단어였습니다. 그래서 주인은 가게에 'Omnes Omnibus'라는 표어를 걸어 두었습니다. 뜻은 이중적인 의미였죠. 이 표어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모든 것들(을 파는 곳)'과 '모든 사람들을 위한 'Omnés' (상점)'이라는 뜻 두 개로 읽혔습니다. 그리고 이 표어는 스탕스니라 보드리(Stanislas Baudry)의 사업의 운명을 가로지르게 됩니다.

 

그의 사업인 온천 사업은 생각보다 대성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낭트(Nantes)의 시민들은 우연히 정거장에서 본 'Omnes Omnibus'라는 표어를 꽤 마음에 들어했습니다. 이 때문에 그는 생각지도 못하게 자신이 운영하던 대형 마차 서비스가 큰 성공을 거두었고, 점차 주력 사업을 제분 사업에서 운송 산업으로 바꾸게 됩니다. 그리고 낭트 시민들은 그의 마차에게 'Omnibus'라는 이름을 붙여주게 됩니다. 이것이 bus의 시초입니다. 사람들은 점차 'Omnibus'에서 'Omni-'를 빼고, 'bus'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그것이 지금의 'bus'로 정착되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bus'의 어원이 라틴어 'omnibus'에서 왔다면, 라틴어로 'bus'는 무엇일까요? 라틴어로도 'bus'는 'bus'일까요? 안타깝게도 답은 '아니다' 입니다. 라틴어로만 보았을 때 이 'bus'라는 단어는 굉장히 이질적인 단어입니다. 무슨 의미인지 아래의 표를 보면서 얘기해보도록 하죠.

 

 

남성 / 여성 중성
격 / 수 단수 복수 단수 복수
주격 omnis omnēs omne omnia
속격 omnis omnium omnis omnium
여격 omnī omnibus omnī omnibus
대격 omnem omnēs / omnīs omne omnia
탈격 omnī omnibus omnī omnibus
호격 omnis omnēs omne omnia

 

 

문제의 'bus'는 'omnis, es'의 모든 성을 아우르는 복수 여격과 탈격의 격어미입니다. 그러니까 'omn-'가 진짜 본체라고도 볼 수 있는 거죠. 따라서 'bus'는 'omn-'의 의미와는 전혀 상관없는 격어미입니다. 심지어 '-ibus'에서 '-i-'가 빠져나가 새로운 의미로 정착한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바꾸면 원래는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부르던 무언가가 있었는데, 앞에서 '모두를 위한'이, 그리고 뒤의 '것' 생략되어버리고 '위한'만이 남아버린 것과 거의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원래의 뜻을 전혀 추측할 수 없죠. 그래서 수많은 유럽어에서 'bus'가 'bus' 또는 'autobus' 등으로 정착될 때까지도, 라틴어에서는 'omnibus'는 반드시 복수로만 쓰이는 남성 명사 'omnibus'로 쓰였습니다.

 

그럼에도 이 복수 남성 명사 'omnibus'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유럽어가 라틴어를 기층 언어로 삼고 있다면, 라틴어 역시 기층 언어로 삼는 언어가 있었거든요. 바로 그리스어의 존재입니다. 

 

그리스인들은 서방의 유럽어 화자들과 다르게 굳이 라틴어를 기반으로 한 용어를 즐겨쓰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그리스어에 대한 자부심과 동시에 그리스어에 대한 수치심 때문입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의아해 하겠지만, 이는 그들의 역사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리스인들은 짧게 잡아도 기원전 7~6세기부터 기원후 15세기 까지 동방 세계의 기층 언어 역할을 해왔습니다. 호메로스의 작품부터 시작해서 기원전 5세기부터 시작된 찬란한 그리스 문학들은 이탈리아의 라틴문학가들과 중동의 아랍문학가들이 그들의 문학 작품들을 자신들의 언어로 번역하도록 이끄는 문화적 원천이었습니다. 그러나 1453년 콘스탄티누폴리스(Κωνσταντινούπολις)가 함락되고, 그리스와 아나톨리아 전역이 400년 동안 오스만터키에 의해 지배되면서, 그리스어는 점차 터키어와 동화해가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독립 전후 그리스의 사상가들은 자신들의 언어가 저질스러운 유목민들에 의해 훼손되었다고 생각했고, 독립 이후의 한국의 언어학자들이 그러하였듯이 그리스에서는 대대적으로 투르크어나 불가리어 등 그리스어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외래어들을 색출하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이러한 행위가 20세기 후반까지 그리스 사회에 양층 언어 현상을 가져왔을지라도, 이 운동은 그리스인들이 그리스어 순수성 보존에 대한 정신적인 기반을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무튼 그리스인들은 마치 중국인들이 그러한 것처럼 새로운 충격을 받을 때, 외래어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만큼, 위대했던 선조들이 사용하던 고대 그리스어에서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기를 즐깁니다.

 

그래서 그리스어로 버스는 'bus'와는 전혀 다릅니다. 그리스인들은 '사람들'을 의미하는 단어 'λαός'의 고대 아테네인들의 말인 아티카 방언형 'λεώς'의 주격 단수와 '집 모양의 탈것', '들 것', 그러니까 '마차'를 의미하는 단어인 'φορείο'를 합쳐 새로운 고유 명사인 'λεωφορείο'라는 단어를 만듭니다. 그리고 이 'λεωφορείο'가 그리스어로 'bus'를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라틴학자들은 바로 이 단어 'λεωφορείο'에 착안합니다. 문제는 굉장히 골때리는 방식이죠. 이 단어를 그대로 라틴어로 차용하여 'leophoreio' 또는 'leoforeio'로 차용하였으면 편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라틴학자들은 아티카 방언형인 'λεώς'을 사용하지 않고 알렉산드로스 2세의 점령 이후의 그리스어인 코이네 그리스어 형태 'λαός'의 주격 단수를 사용하였습니다. 또한, 현대 그리스어 형태인 'φορείο'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이를 다시 고대 그리스어 형태인 'φορεῖον'의 주격 단수를 사용하였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λαοφορεῖον'을 다시 라틴 문자로 치환하여, 'laophoron'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이 단어는 굉장히 짜증나게도, 일반적인 라틴어 명사 변화를 따르지 않습니다. 그리스식 굴절어군이라는 좀 독특한 명사 변화를 따릅니다.

 

 

격 / 수 단수 복수
주격 laophoron laophora
속격 laophorī laophorōrum
여격 laophorō laophorīs
대격 laophoron laophora
탈격 laophorō laophorīs
호격 laophoron laophora

 

 

 

이 단어는 '그리스식 굴절어군 2군 중성 굴절'이라는 굉장히 해괴한 형태를 따릅니다. 왜 이딴 굴절을 따르는지는 본래 형태였을 'λαοφορεῖον'의 굴절 형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격 / 수 단수 복수
주격 λαοφορεῖον (laophoreīon) λαοφορεῖα (laophoreīa)
속격 λαοφορείου (laophoreiū) λαοφορείων (laophoreiōn)
여격 λαοφορείῳ (laophoreiō) λαοφορείοις (laophoreīois)
대격 λαοφορεῖον (laophoreīon) λαοφορεῖα (laophoreīa)
호격 λαοφορεῖον (laophoreīon) λαοφορεῖα (laophoreīa)

 

 

'λαοφορεῖον'는 2곡용 중성 명사에 해당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굴절 형태를 보입니다. 그러니까 'laophoron'은 그리스어의 2곡용 중성 명사의 변화 형태 중, 단수의 주격, 여격, 대격, 호격의 형태를 그대로 사용하고, 단수 속격과 탈격, 그리고 복수 전체는 라틴어 고유의 본래 굴절 형태를 따릅니다. 굉장히 복잡하죠? 표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라틴어 그리스식 2곡용 중성 명사
격 / 수 단수 복수
주격 -on (-ον) -a
속격 -ōrum
여격 (-ῳ) -īs
대격 -on (-ον) -a
탈격 -īs
호격 -on (-ον) -a

 

 

 

라틴어 2곡용 중성 명사 그리스어 2곡용 중성 명사
격 / 수 단수 복수 격 / 수 단수 복수
주격 -um -a 주격 ον (-on) (-a)
속격 -ōrum 속격 ου () -ων (-ōn)
여격 -īs 여격 () οις (-ois)
대격 -um -a 대격 ον (-on) -α (-a)
탈격 -īs 탈격 그리스어는 탈격이 없음
호격 -um -a 호격 ον (-on) -α (-a)

 

 

 

안 그래도 5개나 되는 라틴어 명사 어군 이외에도 그리스식 라틴어 명사 어군 또한 1곡용, 2곡용, 3곡용, 4곡용, 혼합 곡용이라는 5개의 변화 어군이 더 있는 것은 굉장히 번거로운 작업입니다. 이는 라틴학자들도 인지하고 있었고, 이 필요성은 또 다른 작업을 낳습니다. 바로 기원전에 행해진것과 같이 다른 굴절 어군들에 있는 단어들을 기존의 있던 5개의 라틴어 명사 어군 형태로 모든 형태를 통일 하는 것이죠. 대표적으로 모든 '-o-'를 모두 '-u-'로 바꾸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라틴학자들은 'λαοφορεῖον'을 과거에 'laophoron'으로 바꾸었던과 달리 형태를 소리나는 거의 그대로의 형태를 보존하여 'laophorium'이라는 형태를 만들어 냅니다. 굴절 형태도 'laophoron'처럼 복잡하지 않게 기존의 라틴어 굴절 형태를 따랐습니다.

 

 

라틴어 2곡용 중성 명사
격 / 수 단수 복수
주격 laophorīum laophorīa
속격 laophoriī laophoriōrum
여격 laophoriō laophoriīs
대격 laophorīum laophorīa
탈격 laophoriō laophoriīs
호격 laophorīum laophorīa

 

 

새로이 탄생한 'laophorium'의 굴절 형태는 한 눈에 봐도 굉장히 깔끔해진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이렇듯 'bus'가 라틴어에서 기원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라틴어에서는 'bus'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과거에는 'omnibus', 현대에는 'laophoron'이나 'laophorium'을 사용하는 기이한 현상이 있습니다. 그러나 'laophor-'형태는 앞선 두 형태 외에도 laophorum, leophorēum, autocinetum laophoricum 등 사람들 간에 사용하는 형태가 다양하게 있으므로 반드시 두 가지 형태만 있다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형태도 있다 정도로 알고 계시면 좋을 거라 생각됩니다.

댓글 11

best 게이 작성자 2021.05.13. 21:57
쉣.. 세상에 사람 이름이 비둘기인 사람이 어디있냐고..
best 게이 작성자 2021.05.13. 21:57
 침착맨부캐
쉣.. 세상에 사람 이름이 비둘기인 사람이 어디있냐고..
댓글
게이 작성자 2021.05.13. 22:49
 Bleoh
데장 부스러지기 전에 츄르 내놔.
댓글
게이 작성자 2021.05.14. 18:48
 작아도괜찮아
이것이 바로 추진력을 위한 발돋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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