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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프리뷰/리뷰 수원 스트라이커의 수비력이 중요한 이유[발롱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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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의 12라운드 성남전. 김건희의 부상으로 누군가 정상빈과 짝을 이뤄 스트라이커 포지션에 서야 했다.

박건하 감독의 선택지는 제리치와 유주안으로 좁혀졌는데 공격적인 면을 고려한다면 제리치의 선발기용이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박건하 감독의 선택은 오랜기간 부진의 늪에 빠져있는 유주안이었다.

 

유주안이 제리치보다 확실히 낫다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스피드, 활동량, R리그에서부터 같이 발을 맞춘 매탄고 출신 선수들과의 호흡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인데

최근 몇 년 유주안의 활약을 감안하면 이런 부분이 상대에게 위협을 줄만큼 위력적이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주안을 택한다는 건

결국 유주안의 수비전술에 대한 이해도와 체력적인 부분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https://www.flayus.com/64040884 - 박건하 감독의 한석희 최전방 스트라이커 활용

 

지난 시즌 9월 박건하 감독이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시점의 글이다.

당시 박건하 감독은 격투 선수마다 자신의 공격거리가 있듯 수원의 공격거리를 만드는 데 주력했었고

그러면서 한석희의 존재감이 눈에 띄기 시작했었다.

 

현재 수원이 보유하고 있는 스트라이커 자원의 면모를 보면

김건희, 한석희, 정상빈 등 준족이지만 체력적으로 뛰어나지는 않고,

기술적으로 괜찮지만 경기 내내 상대 수비수를 등진 채로 볼을 지키며

미드필더와 윙백들이 올라올 수 있는 시간을 길게 끌어줄 수 있는 선수들은 아니다.

또한 밀집된 지역에서 힘과 높이로 상대를 무력화할 수 있는 선수들도 아니다.

이런 유형의 스트라이커들에게는 지공보다는 역습, 혹은 속공이 적합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수비라인이 지나치게 내려설 경우 이 스트라이커들 역시도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오는 빈도가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날텐데

이럴 경우 그만큼 이 스트라이커들이 긴 거리를 뛰어 올라가서 상대 수비수를 제치고 정확한 슈팅까지 시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만약 이 선수들의 근지구력이 아주 우수하다면 이런 현상이 나타나더라도 어느정도 감당이 가능하겠지만

김건희, 한석희는 이런 경기스타일에서는 마무리 장면에서 힘이 빠지며 슈팅의 날카로움이 무뎌지는 모습을 노출하는 선수들이었다.

 

따라서 박건하 감독이 수원이란 팀의 득점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이 선수들의 단점을 상쇄하기 위해 수비라인을 잘 유지하되

이들이 가능하면 하프라인 위에 머물도록 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 보면

팀의 수비라인이 물러서지 않도록 이 스트라이커들이 전방에서 스스로 1차 방어선을 최대한 구축해줘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제리치가 아닌 유주안을 기용한 것도

팀의 기본 전략을 지키되 정상빈의 단점을 상쇄시키고 장점을 활용하기 위함이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이런 부분이 잘 이뤄지지 않았던 2019시즌 이임생 감독 시절 수원의 수비장면을 보자.

당시에도 지금과 같은 3-5-2 포메이션, 혹은 수비 시 5-3-2 포메이션의 형태를 기본으로 했었고

다만 스트라이커 포지션에 수비적인 역할이 다소 미흡했던 스코어러 타가트가 주력이었고,

때로는 데얀이 선발, 교체로 타가트와 투톱을 이루기도 했었다.

 

아래 경기는 강원 김병수 감독이 그 시즌 가장 만족스러운 경기력이었다고 표현했던 그 경기다. 

 

1-0.PNG

수비에 다소 무심해 보이는 타가트와 팀의 미드필더가 상대 수비수의 빌드업을 저지하길 바라는 데얀의 모습이다.

상대 수비수인 신광훈이 앞에 공간을 넓게 확보해 두고 발렌티노스에게 패스를 요청하고 있다.

 

1-1.PNG

데얀의 수비가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원볼란치였던 최성근이 미드필더였던 염기훈, 한의권보다 앞으로 나가서 압박하려 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최성근이 중원을 지켜야 할 지, 앞으로 나가야 할 지 망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발렌티노스를 빠르게 압박해 올라가지 못했고

때문에 발렌티노스는 그 여유시간 동안 자신의 의도대로 공격방향을 정할 수 있었다. 발렌티노스의 선택은 반대편의 신광훈이었다.

 

1-2.PNG

강원의 공격방향을 한쪽으로 몰아주지 못했기 때문에 강원의 반대전환 패스가 손쉽게 이뤄졌고, 이제 수원의 수비진영은 본인들 진영의 왼쪽으로 먼 거리를 이동해 움직여야 한다. 보통 이런 5-3-2 수비대형에서는 상대 수비수가 오버래핑해 넘어오지 못하도록 하프라인 부근에서 저지선(회색선)을 구축해야 하는데 수원스트라이커들의 소극적인 수비역할과 염기훈의 부족한 기동력으로 인해 전반전 내내 이런 저지선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1-3.PNG

신광훈이 볼을 몰고 손쉽게 전진해 들어왔기 때문에 수원 파이브백의 수비라인이 상당히 후퇴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또한 타가트와 데얀 역시 미드필더와 일정 정도의 간격을 유지해줘야 하기 때문에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온 모습이다. 

 

 

이 과정을 움짤로 보자.

1.gif

반대전환을 쉽게 허용했기 때문에 신광훈의 오버래핑, 강원의 빌드업, 부분전술까지 수월하게 이뤄지는 모습이다.

 

또 다른 장면을 보자. 상대 수비수는 물론 원볼란치 한국영마저 통제하지 못하는 공격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2021_4_29_55.gif

수비 적극성이 떨어지는 투톱의 기용 결과 상대 수비수들이 패스루트를 다양하게 확보할 수 있게 되고

미드필더들의 수비판단에는 혼란이 생기며 미드필더 간 좌우간격도 쉽게 벌어진다.

또한 수비전술에 대한 이해도의 부족으로 상대 원볼란치가 중원에서 마음껏 공격방향을 지휘한다.

 

그 결과,

2-3.PNG

상대 수비수의 오버래핑을 막아내기 위해 전방에 있어야 할 타가트가 결국에는 수비가담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버린다.

 

반면 지난 12라운드 유주안과 정상빈의 수비역할은 타가트, 데얀과 완전히 달랐다.

4-1.PNG

유주안이 상대 수비수를 몰아주면서 반대전환 패스가 쉽게 나가지 못하도록 성남의 공격방향을 제한하는 수비방향을 취하고

정상빈이 상대 원볼란치를 마크하기 위해 내려와 준다.

반대로 상대가 반대로 볼을 전환하려고 하면, 정상빈이 앞으로 나가주고, 유주안이 내려와 상대 원볼란치에 대한 마크를 인계하는 식이다.

 

4-2.PNG

간혹 수비조직이 잘 이뤄지지 않았거나 상대가 빌드업을 잘해 나올 때 부득이 스트라이커들이 하프라인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는 상황도 발생한다.

성남전 수원 3명의 중앙미드필더 간 간격이 이전 '김민우-한석종-고승범'과 비교하면 잘 이뤄진 경기는 아니었다.

특히 그간 좀더 앞선의 중앙미드필더 역할을 맡았던 고승범이 한석종 대신 원볼란치 역할을 맡았는데

수비국면에서 상대의 공격방향을 판단하고 간격을 유지시키는 데 있어 아무래도 한석종에 비해 부족함이 있었다.

이런 국면에서 매탄고 출신 선수들은 수비국면의 문제점을 즉각 판단하고 융통성있게 대응하는 능력들이 뛰어난 편인데

고승범이 상대 미드필더를 마크할 타이밍을 놓혔을 때 깊게 내려와 패스루트를 제한해 주는 역할을 해냈다.

이 장면에서 두 명의 스트라이커 유주안과 정상빈이 하프라인으로 내려온 상태이긴 하지만

1차 방어선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어차피 성남은 공격을 반대로 전환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면 두 선수가 다시 앞으로 올라가서 수비진영을 정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데얀-타가트가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올 수밖에 없던 상황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다음 장면은 올시즌 강원전 모습이다. 제리치가 선발 출장했고,

이 당시 실점 전까지 박건하 감독은 기존의 5-3-2 형태의 수비대형이 아닌 변칙적인 5-4-1 대형의 수비진영을 준비해서 나왔었다.

제리치의 수비적극성과 기동성이 다소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상대 수비수에게 어느정도 자유를 주되

대신 4명의 중앙미드필더로 하여금 간격을 좁게 서도록 해서, 상대 수비수를 직접 압박하기 보다는

상대 수비수로부터 상대 미드필더에게 연결될 수 있는 패스루트를 제한하고 패스통로를 좁히겠다는 의중이었을 거다. 

 

5-1.PNG

제리치가 수원 이적 이후 어느 때보다 수비적으로 열심히 해주는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아무래도 기본적으로 그 적극성과 기동성이 부족한 선수이기 때문에

경기내내 지속되지는 못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날 실점 장면에서도 제리치가 상대 센터백 임채민의 전진을 쉽게 허용함으로써 실점장면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강원은 쓰리백을 구성하고 임채민은 그 중 중앙센터백이기 때문에 제리치에게는 최소한 임채민의 전진만큼은 좀 어렵게 해줄 책임이 있었지만 쉽지 않았다. 이 장면 이후 오른쪽 측면을 허용해 실점했고, 실점 이후 박건하 감독은 기존의 5-3-2 수비대형이 나을 거 같다고 판단했는지, 아니면 스트라이커 한 명을 다시 앞에 세워 더 공격적으로 임하기 위함이었는지 기존의 전술형태로 돌아온다.

 

3-5-2 포메이션은 기본적으로 전방압박을 강하게 하기 위해 고안된 포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는데

득점력과 전방압박능력, 체력까지 갖춘 스트라이커 자원이 흔치 않을 뿐더러

전체적으로도 전방압박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선수자원으로 팀을 100% 꾸리는 데 한계가 있는 K리그기 때문에

이 3-5-2 포메이션을 다소 수동적인 수비형태로 운영하는 팀들이 많다.

다만 이럴 경우 4명의 미드필더가 아닌 3명의 중앙미드필가 서는 구성의 특징 상 이 선수들이 좌우 넓은 공간을 계속 움직이며 저지전을 구축해야 하는데

그만큼 이 선수들의 체력부담이 상당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한계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던 대표적인 팀이 최용수 감독의 서울이었다.

반면 강원은 공격 시 볼소유 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제주는 체력이 우수하기로 이미 정평이 난 선수들로 팀을 구성한 뒤 한 단계 체력을 업그레이드 시켜서

이 포메이션의 기본 취지에 맞게 강한 전방압박을 펼칠 수 있는 팀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이 3-5-2 혹은 3-4-3 포메이션을 관철하고 있다.

 

수원의 김민우, 고승범, 한석종이 차례로 부상을 당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는 않을 거라 생각이 드는데

그만큼 수원은 스트라이커들의 단점보다 장점이 더 드러나도록 하는 한편, 중앙미드필더의 체력부담 역시 가능하면 줄이는 방향으로

팀을 운영해야 하는 팀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그걸 위해 스트라이커들의 수비적극성과 수비전술이해도도 어느정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경기에 따라서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며 다른 스타일의 공격수를 낼 수도 있겠지만

시즌 전체적으로는 이런 기조가 유지되어야 하는 팀이라고 할 수 있다.  

댓글 6

박건하 2021.04.29. 01:14
ㅜ 결국 용병의 능력 부족이 스쿼드 운영에 한계를 가져오고
댓글
지노스 2021.04.29. 01:22
결과론적이지만 외국인한테 기대하는건 득점이긴 하지만 제리치가 득점도 못할거라면 크르피치가 남는게 오히려 나았을 수도 있었으려나
댓글
수원탬탬블루윙즈 2021.04.29. 05:06
니콜라오를 중미에 놔야 하는이유 중원뎁스와 공격수의 수비가담을 한큐에 가져올수 있다
댓글
공격적인축구 2021.04.29. 07:04
폼좋을때 슈팅이 워낙 위력적이었던 선수라 팬이고 감독이고 그 단맛에서 못헤어나오게 만드는..
댓글
Hunt_K 2021.04.29. 15:02
K리그서 결국 수비가담과 공격능력을 두루 갖춘 스트라이커를 외국인으로 영입하긴 힘들것같고 국내선수중에서 찾거나, 다른쪽에서 찾아야할것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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