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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역사 환도를 회상하는 장기영 임병직 양 장관의 회고[발롱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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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9월 27일. 6월 28일 이래 3개월동안 공산도당의 전례없는 착취와 학정에 시달리던 수도 서울에 마침내 자유의 태극기가 또 다시 휘날리게 되었다. 북한 공산당의 폭정을 피해서 숨어지내던 시민들은 국군과 미군을 두 팔 벌리고 환영했다. 서울만 기뻐한 것이 아니었다. 전국의 모든 국민들이 드디어 일제치하보다 더 잔혹한 공산통치가 끝남에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임시수도인 부산 또한 그랬다. 라디오와 확성기는 하루 종일 수도 탈환의 소식을 내보냈다. 길거리 골목 곳곳마다 각 신문사의 호외가 널리어져 있었고 주민들, 피난민들 모두 만세를 외치고 또 외쳤다. 정부 각료들의 기쁨은 말할 것도 없다. 아래는 서울탈환의 그 순간을 회고하는 당시 체신부 장관 장기영의 증언이다.

"각 장관들이 모두 기뻐서 감격의 악수를 나누었어요. 3개월만에 서울이 수복된 것도 기쁘지만, 이제 곧 남북통일이 된다는 생각에서 가슴이 부푼 거지요. 특히 이북 출신의 몇 장관들은 어린애들처럼 기뻐합디다. 대통령께서도 얼굴이 환해요. 알다시피 그분은 기쁘거나 마음이 언짢을 때에는 안면근육이 심하게 움직인다는 것을 측근자들은 다 알고 있거든요. 각 장관들이 대통령께 수도수복의 축하인사를 올리고 자리에 앉으니까 이런 말씀을 하셔요.

"임자들, 내일 아침에 다 나와 함께 서울에 가야겠어. 그런데 이걸 꼭 지켜야돼.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내일(29일) 아침 8시 정각에 수영비행장에 나오라구. 이 사실을 가족이나 내자에도 알리면 안돼. 맥아더 원수가 내일 그 시각에 비행기를 보내올 터이니까 그걸 타구 다같이 서울로 가자구."

나는 솔직이 말해서 그렇게 빨리 서울로 가게 될 줄은 몰랐어요. 정말 귀심여시였지만, 오늘(28일)에야 서울시를 탈환했다는데 정부자체가 내일 간다니, 기쁘면서도 걱정도 됐어요. 그런데 대통령의 그런 말씀이 끝나고 "뭐 할말들 없나"하고 물으니까 모 장관(고)이 벌떡 일어나며 "비서들도 데리고 갑니까?"해요. 그러니까 대통령은 빙그레 웃으면서 "왜 식모도 데리고 가게나"해요.

우리들은 <와아!>하고 웃었어요. 무안을 당한 그 장관은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주저앉구요. 자기 아내에게까지도 서울 가는 것을 엄비로 하라고 했는데 비서가 다 뭡니까. 워낙 '조크'를 잘 하시지만 이날의 대통령 농은 정말 일품이었어요. 그리고 이날의 국무회의만큼 마치 내일의 소풍을 앞둔 어린이들처럼 기쁘고 즐거웠던 일은 없었구요."

9월 28일 부산 수영비행장에서 김포로 이동한 대통령 이하 정부각료들은 환도식장인 중앙청으로 가는 차 안에서 또다시 감격에 휩싸였다. 당시 외무부 장관 임병직의 회고를 보자.

"격전이 있었으니까 시가가 많이 다쳤으리라는 것을 예상했지만 실제 보니까, 아주 비참해요. 더욱이 얼굴이 창백한 잔류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미친 듯이 환영하는 것을 보니까 저절로 눈물이 나더군요. 장관 중에서 울지 않은 사람이 없었어요. 알다시피 우리는 서울시민을 피란 못시키고 나간 죄인이나 다름없는 처지인데도 그렇게 환영해주니, 그 감격이야 이루 다 말할 수 없었지요."

이렇듯 6월 27일 부끄럽게 대전으로 남하한 정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3개월만에 전 시민이 열광하는 감동과 부끄러움의 심경 가운데 수도 서울에 돌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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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민족의증언, 중앙일보, 1973, 중앙일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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