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역사 ???:갓 뎀 블루스타[발롱도르~]

-1951년 3월 28일 가평에서. 보병 제6사단 19연대 1대대 2중대 장교와 하사관 일동 사진. 가운데의 둘재 줄 왼쪽이 당시 제 3 소대장 최창봉 소위이다.

​

<... 엿새만에 죽음의 포위망으로부터의 탈출이었다. 길가의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

우리 일곱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군 진지로 빨리 가려고 논두렁으로 내려가 한참동안 걷고 있었다. 그런데 앞쪽에서 갑자기 우리를 향에 총질을 해대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얼른 논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은근히 부아가 났다. 천신만고 끝에 간신이 탈출해 나왔는데 아군이 아군에게 총을 쏘다니...

​

그런데 좀 있다 그쪽에서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갓 뎀 블루스타..." 어쩌고 한참 떠들었다.

​

우리에게 기관총을 들이대고 쏘아대던 군인들은 국군이 아니고 미군들이었다. 6사단이 깨지는 바람에 자기들도 할 수 없이 큰 피해를 겪으며 후퇴해야 했던 인근 미군부대 병사들이 우릴 보고 화풀이로 총질을 한 것이었다. 나는 총에 맞을 각오를 하고 벌떡 일어서서 양손을 휘저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나는 블루스타(6사단) 19연대 소대장 최 소위다. 총을 쏘지 마라! 우리는 중요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나왔소!"

​

논바닥 기관총좌에서 미군 한명이 일어나 나에게 그쪽으로 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들은 나를 그들 대대 지휘소(CP)에 안내했고 나는 그들에게 내가 1주일동안 포위망을 뚫고 나오며 본 중공군의 상황을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고 산에서 내려다 본 중공군 부대 사령부 위치와 바로 어젯밤에 돌파한 북배산 밑 중공군 부대 전선의 위치도 지도를 보며 가리켜 주었다.

​

--------------------------------------------------------------------------------------------------------------------------------

​

서창리 패전 이후의 복귀에 대하여 우리나라 최초의 텔레비전 PD인 고 최창봉 전 문화방송 사장이 남긴 증언입니다. 그동안 사창리 전투 이후의 6사단이 미군한테 욕먹었다는 것은 알고있지만, 이렇게 실제 경험담을 읽으니 진짜로 어떤 상황인지 실감이 납니다. 그나저나 기관총가지 쏴댄건...

​

아무튼 나중에 용문산 전투의 대 승리로써 명예를 회복하고 복수를 할 수 있었으니 6사단으로써는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러나 사창리와 횡성 그리고 현리에서의 큰 패전들로 인하여 결국 국군 3군단까지 해체되고 육본 전방지휘소는 폐쇄되었으며 미군이 직접적으로 작전통제권을 행사하게 되었고, 차후에 국군 사단들은 재교육에 돌입하게 됩니다. 물론 이 재교육 조치가 포병화력 증대와 같이 나중에 나중의 고지전에서 성과를 발한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

출처

<방송과 나>, 최창봉,동아일보사(2010년) 175~176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