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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관제탑의 실수,위버링겐 상공 공중충돌사고[발롱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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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7월 1일 오후 11시,독일 위버링겐 상공.

TU-154M 한대가 밤하늘위를 날고있었다.

이 항공기의 정체는 바로 바시키르항공 293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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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69명이 탑승한 2937편은 모스크바에서 바르셀로나까지 가는 항공편이었고,기장은 알렉산드르 미하일로비치,부기장은 올렉 그리고리예프였고 그외에 3명의 조종사가 추가로 탑승해있었다.

이날의 비행은 기장의 능력을 평가하는 비행이었기때문에 특이하게도 이날 2937편은 부기장이 주도권을 행사했다.

또,이날 2937편에는 바르셀로나로 수학여행을 가는 수십명의 러시아 연방 소속국인 바시코르토스탄의 학생들이 타고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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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2937편은 이날도 모스크바 도모데도보 국제공항에서 이륙해 수시간 후 독일 상공에 진입했다.

독일 진입 전까지는 매우 평화로운 비행이었고,2937편은 이대로 바르셀로나까지 무사히 갈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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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AS

 

하지만 2937편이 위버링겐 상공에 진입하자,2937편의 TCAS(공중충돌경보장치)에서 갑자기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TCAS는 2937편 조종사들에게 다른 비행기와 충돌할수 있으니 상승하라고 지시했다.

이에,2937편 조종사들은 현재고도인 36,000피트에서 상승해 충돌을 피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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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히 관제탑

 

그런데 이때,위버링겐 지역을 포함해 독일과 스위스 일부의 영공을 관제하고있던 취리히 관제탑에서 오른쪽방향에서 DHL 611편(B757-23APF,기장:파울 필립스/부기장:브란트 캄피오니,이탈리아 베르가모에서 벨기에 브뤼셀까지 가는 항공편이었음)비행하고 있으니 2937편에게 35,000피트로 하강하라고 지시했다.

관제탑과 TCAS의 지시가 서로 반대된 것이다.

2937편 조종사들은 혼란에 빠졌고,무슨 지시를 따라야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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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던 2937편 조종사들은 결국 관제탑의 말을 따르기로 하고 하강했다.

그런데 관제탑의 지시를 받고 하강을 했음에도 2937편 조종실에서는 TCAS가 계속 충돌경보가 울렸고,관제탑이 경고한 DHL기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른쪽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2937편 조종사들은 당황했고 어떻게된건지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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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오른쪽이 아닌 왼쪽에서 611편이 튀어나왔다!

2937편 조종사들은 곧바로 상승을 시도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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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2937편은 611편의 꼬리날개와 충돌해 반으로 조각났고,승객들은 밤하늘위로 내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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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7편은 곧바로 추락했고,꼬리날개가 작살나 조종불능상태가 된 611편도 7km쯤 비행하다 결국 추락했다.

사고기의 잔해들은 조각조각나서 수백미터에 달하는 지역에 흩뿌려졌고,이날 위버링겐에는 엄청난 대화재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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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후에 부랴부랴 구조대가 출동해 생존자 수색에 나섰으나,생존자는 아무도 없었다.

2937편 탑승자 69명과 611편 탑승자 2명이 전부 사망한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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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직후 독일은 곧장 조사단을 꾸려 사고조사에 나섰고,두 사고기의 블랙박스와 관제탑과의 교신기록을 분석한 조사단은 곧 사고의 원인을 알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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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취리히 관제탑 관제사였던 피테르 닐센

 

사고의 원인은 바로 관제실수였다.

당시 위버링겐 구역의 관제를 담당했던 피테르 닐센의 실수로 인해서 2937편과 611편이 공중충돌했던 것이다.

닐센은 과연 무슨 실수를 한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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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센이 저지른 실수는 크게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2937편과 611편이 충돌하기 직전까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함

2937편과 611편이 위버링겐 상공에 진입해서 점점 서로를향해 접근하고 있을때,닐센은 에어로로이드 항공 소속 A320기가 계획보다 늦게 스위스 공역에 진입하는것을 확인하고는 그 A320기의 도착예정지인 프리드리히스샤펜 공항에 이를 알리고 관제권을 이양하려했다.

하지만 이날 시스템점검을 해서 프리드리히스샤펜 공항과 연락할수 없었는데도 닐센은 계속 프리드리히스샤펜 공항과 연락을 시도하며 시간을 허비했고,2937편과 611편의 거리가 계속 가까워지고 있는데도 아예 A320기의 관제를 위해 자리를 옮겨버리기까지 했다.

이로인해 2937편과 611편은 충돌직전까지 관제탑으로부터 아무런 지시나 경보를 받지 못했고,결국 서로를 향해 그대로 돌진하게되었다.

그래도 이때까지는 닐센이 빨리 알아차리고 적절한 조치를 했었다면 충돌을 모면할 수 있었지만...

 

2.2937편에게만 내려진 부적절한 지시

 

안타깝게도 닐센은 여기서 부적절한 조치를 했다.

닐센이 상황을 알아차렸을 당시는 거리가 너무 가까워져서 2937편과 611편 모두 TCAS가 울리던 상황이었고,이미 TCAS 지시에 따라 611편은 35,000피트까지 하강하고 있었다.

이때 닐센이 2937편에게 현재상황을 물어보고 상승을 지시했거나 아예 아무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면 2937편은 TCAS 지시에 따라 상승해서 충돌을 모면할수 있었다.

하지만 닐센은 A320기의 착륙유도에만 집중하느라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오히려 2937편에게 35,000피트로의 하강명령을 내리고는 다시 A320기 관제를 위해 자리를 비웠다.

이로인해 닐센은 잠시후 611편이 TCAS 경보로 하강하겠다고 교신한것을 듣지 못했고,결국 자기의 실수를 수정할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

 

3.잘못된 정보전달

 

이렇게 닐센의 거듭된 실수로인해 2937편과 611편은 같은 35,000피트에서 비행하게 되었고,아슬아슬한 거리까지 가까워지게 되었다.

이때,2937편 조종사들은 관제탑의 지시대로 하강했는데도 계속 TCAS가 울리자 주변을 둘러보며 611편이 어디있는지 확인하려했는데...여기서 닐센의 세번째 실수가 터진다.

닐센이 2937편에게 611편의 위치를 잘못 알려준것이다.

닐센은 611편이 2시방향 36,000피트에서 비행하고있다고 2937편 조종사들에게 알려주었는데,611편은 사실 정반대방향인 10시방향에서 날고있었다.

2937편 조종사들은 관제탑이 준 정보대로 2시방향만을 바라보다 뒤늦게 611편이 10시방향에서 날고있는것을 확인하고 상승하려 했지만,이미 늦은 상황이었고 2937편과 611편은 공중충돌하고만다.

닐센이 A320기 관제를 끝마치고 돌아왔을 때에는,2937편과 611편모두 이미 추락한 상태였다.

결국,닐센의 연이은 실수로 공중충돌이 일어난 것이었다.

그런데 조사단은 여기서 몇가지 의문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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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원래 규정대로라면 관제사와 TCAS 지시가 반대될때 조종사는 TCAS를 따라야 한다.

그런데 왜 2937편은 사고당시 관제사 닐센의 말을 따른걸까?

2.닐센은 당시 경력 8년째가 되던 나름 베테랑 관제사였는데 왜 이런 대형 실수들을 연속해서 저지른 것일까?

조사단은 당시 러시아 조종사들의 관제채제와 당시 취리히 관제탑의 운영실태를 파악했고 그결과 의문들의 답을 알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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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HL 611편

 

2937편 조종사들이 관제탑의 지시를 따른 이유는,당시 러시아와 서구국가들의 규정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당시 러시아 항공계는 러시아 공군의 강력한 지상관제의 영향을 받아 관제사와 TCAS의 지시가 틀릴 경우 관제사의 지시를 따르도록 조종사들을 교육했다.

실제로,당시 바시키르항공의 가이드라인에도 관제사의 지시를 따르라고 써져있었고 조사단과 만난 러시아 조종사 다수도 2937편과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똑같이 행동할거라고 조사단에게 말했다.

러시아 항공기인 2937편은 그저 교육받은대로 행동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닐센이 대형 실수를 연속해서 저지른 근원에는 사고당시 취리히 관제탑의 인력운용 실패와 시설문제가 있었다.

당시 취리히 관제탑은 스카이가이드라는 국영회사에 관제권한을 주었었는데 스카이가이드는 취리히 관제탑이 담당하는 구역이 항공기 유동량이 많은 취리히-바이에른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꼴랑 관제사 2명만을 배치했다.

이때문에 관제사들은 심한 스트레스와 피로에 시달릴수밖어 없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사고당시에는 다른 관제사가 쉬러가는바람에 닐센이 관제업무를 모두 책임져야했고 두개의 콘솔을 번갈아가며 관제를 해야했다.(규정대로라면 항상 2명이상의 관제사가 관제실에 상주해야한다!)

당연히 닐센은 피로와 부담감등으로 제대로 집중을 할수 없었고,결국 실수를 저질렀던 것이다.

만약 취리히 관제탑과 스카이가이드가 돈아낀답시고 이렇게 무책임한 운영을 하지 않았다면,닐센도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을것이다.

왜냐하면 사고당시 닐센이 실수를 하게만든 A320기는 원래 규정을 어기고 쉬러간 관제사가 관제해야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스카이가이드가 단 한명의 관제사만 더 두었어도,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는것이다.

 

한편,스카이가이드의 실수 외에도 사고당시 취리히 관제탑의 시설문제도 닐센의 실수를 부추겼다.

사고당시 취리히 관제탑은 점검으로 인해 관제에 꼭 필요한 ACAS(관제사에게 공중충돌 위험을 경보해주는 시스템)이 꺼져있었어서 닐센이 공중충돌 위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했고,앞서 나왔던 연락문제도 한몫했다.

인근지역의 독일 관제탑이 ACAS로 사태를 파악하고는 취리히 관제탑에게 11차례나 경고하려했지만,연락이 되지 않는바람에 닐센에게 경고를 전달하지 못했었다.

 

닐센의 실수는 취리히 관제탑과 스카이가이드의 여러가지 인력운용실패와 기기문제로 인해 일어났던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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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단은 최종보고서에서 관제사의 실수,러시아와 서구 국가들의 규정문제,스카이가이드 사의 잘못된 운영을 지적했다.

사고이후,스카이가이드사는 인력 운용을 개선했고 관제 규정도 관제사들의 업무를 분산시키는 등의 개선이 이루어졌다.

ICAO(국제민간항공기구)도 TCAS와 관제사의 지시가 다를시 TCAS 지시를 무조건적으로 따르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사고이후 2937편 유가족들은 합동장례식을 열었는데,스카이가이드와 ICAO 관계자들은 거기서 형식적 사과만 한 후 도망가서 욕을 크게 먹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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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 닐센은 사고이후 계속 스카이가이드에 남아서 근무했으나 사고의 트라우마로 우울증에 걸렸고,2004년 2월에 취리히의 자기집에서 유가족중 한명인 비탈리 칼로에프에게 살해당했다.

칼로에프는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고 2년후 가석방되었고,몇년후 칼로에프의 이야기를 소재로한 영화 <애프터매스>가 개봉되기도 했다.

 

바시키르항공은 사고의 여파로 2007년 폐업했다.

 

 

 

 

위버링겐 사고로 희생된 71명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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