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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고영준 무엇이 다른가? 공간창출과 경기운영능력의 중요성[발롱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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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개축 1라운드 후기글을 올린 바 있다.

https://www.flayus.com/74140641

 

요약하자면, 개축의 수비전술과 개축 선수들의 수비전술이해도, 수비적인 영리함이 높아졌고

이걸 깨기 위한 공격국면 선수들의 공간창출, 경기운영 수준도 높아졌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기술과 피지컬을 겸비한 선수라도 공간창출과 경기운영능력이 부족하다면 개축 레벨에서 어울려 뛰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고영준 등 2000년생 이후 세대들의 이런 능력이 어린 나이임에도 돋보인다는 내용을 덧붙혔었다.

 

2라운드 포항 대 강원 전에서도 이런 흐름을 목도할 수 있었는데

포항의 공격형미드필더 이승모 대신 후반 교체로 투입된 고영준이 그 주인공이었다.

 

고영준이 교체로 투입된 직후의 장면이다.

 

1-1.PNG

볼이 공중에 떠서 오는 상황이었고, 고영준은 강원의 투볼란치 한국영, 김동현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고영준이 이들 투볼란치를 어떻게 무력화시키는지 보자.

 

2021_3_7_18.gif

고영준은 달려드는 한국영을 역동작으로 돌려세우며 벗겨냈다. 강원의 다른 볼란치 김동현이 한국영이 비운 공간으로 빠르게 커버플레이를 들어간다.

고영준은 송민규에게 볼을 연결했다.
 

1-2.PNG

이제 고영준이 어떻게 김동현까지 벗겨내며 강원의 하프스페이스 공간을 무너뜨리는지 더 봐보자.
 

1-3.PNG

고영준은 김동현보다 앞서 하프스페이스 공간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송민규가 고립될 거 같다고 판단했는지 자기 진영방향으로 내려와 주면서 송민규를 지원해 주려 했다.
 

1-4.PNG

하지만 강원 선수들이 송민규에게 쉽사리 달려들지 못하는 모습이었고, 김동현은 고영준을 계속 마크하고자 따라 올라가려 했다. 이날 한국영은 강원의 오른쪽 윙백 김수범과 오른쪽 센터백 신세계가 송민규를 수비할 때 송민규의 드리블 돌파를 대비해 이들 뒤를 지키는 역할이었다. 김동현은 이런 한국영의 역할을 알고 있었고, 한국영 대신 송민규의 돌파를 대비해야 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송민규에게 신경이 쏠렸다. 강원 선수들이 송민규에게 집중된 찰나, 고영준은 이 찰나를 놓치지 않았다. 따라 올라오는 김동현의 역동작을 이용해 다시금 하프스페이스로 빠르게 침투해 들어간다.
 

2021_3_7_28.gif

고영준은 이렇게 강원의 하프스페이스를 부숴내며 첫 번째 공격을 시도했다. 이는 선발출장했던 이승모가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이기도 했다.
 
고영준의 두 번째 공격시도..
 

2-1.PNG

강상우가 신진호에게 볼을 연결하는 상황이다. 이때 고영준은 사이드공간으로 침투하는 척 움직이고 있었는데 이는 자신에게 붙어있는 마크(화면에는 보이지 않지만 강원의 센터백 신세계)를 떨궈내기 위한 사전 움직임이었다. 
 

캡처.PNG

고영준이 신세계와 거리를 만든 후 신진호의 패스를 마중 나간다. 이때 사이드의 강상우가 앞쪽으로 전진하는 것도 볼 수 있다.
 

2-2.PNG

그리고 고영준은 신진호에게 다시 백패스를 하는데 사실 강상우에게 바로 연결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고영준은 왜 백패스를 했을까?

만약 고영준이 강상우에게 곧바로 연결했다면 강원의 윙포워드 김대원과 수비수 신세계가 곧바로 강상우를 막으러 갈 수 있었을 거다.

 

캡처2.PNG

하지만 고영준의 백패스 한번으로 김대원은 강상우를 쫓아가는 대신 다시 신진호에게 시선이 쏠리고, 신세계는 더 높은 지점까지 끌려 올라온다.
송민규는 강원의 윙백 김수범을 달고 안쪽으로 이동해 있는 상태였는데,
송민규의 중앙쪽 포지셔닝과 더불어 고영준의 백패스 한번으로 강상우는 더 깊은 지역까지 오버래핑해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을 얻는다.
정말 고영준이 이걸 의도했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는데 이런 의문에 대한 증거는 고영준의 백패스 속도다.
 

2021_3_7_1.gif

고영준은 원터치 백패스를 실행했는데 영상에서 보듯 신진호의 전진패스보다 고영준의 백패스 속도가 더 빠르다는 걸 볼 수 있다.
이건 강상우에게 빠르게 볼을 넘기라는 신진호에게 보내는 고영준의 메세지다.
신진호에게 패스를 준 후의 고영준의 움직임을 보면 더 확실히 알 수 있는데 고영준은 강상우가 위치하고 있는 사이드쪽이 아닌, 중앙쪽 공간으로 2차 움직임을 가져가 준다. 강상우와 한 공간에서 겹치지 않기 위해  공간을 배분하려는 것이다.
 

캡처4.PNG

신진호가 강상우에게 패스를 하려는 순간을 보자. 고영준이 바로 강상우에게 연결했다면 따라갔을 김대원의 발이 신진호에게 묶였다.
고영준의 백패스로 더 깊숙히 오버래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던 강상우.
강상우와 김대원의 거리가 더 벌어졌고, 원래였으면 강상우를 따라가줘야 하는 수비역할이었던 김대원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버렸다.
고영준이 자신의 경기운영능력으로 만들어 낸 성과다.
 

캡처3.PNG

신진호의 중거리패스가 강상우에게 연결이 됐다. 김대원이 강상우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에
송민규를 마크하던 김수범이 강상우를 막기 위해 송민규에 대한 마크를 포기했다.
노마크가 될 수 있는 송민규를 마크하기 위해 강원의 쓰리백 중 중앙센터백 김영빈이 송민규를 마크하기 위해 자신의 자리를 버리고 달려간다.
 

2-3.PNG

'아슐마토프-김영빈-신세계'로 구성된 강원의 쓰리백이 밸런스를 잃어버렸다. 신세계는 지나치게 높은 위치까지 끌려 올라간 후 자신의 수비역할을 잃었고
측면으로 빠져주는 송민규의 움직임 때문에 김영빈과 아슐마토프 간의 간격은 더욱 벌어진다. 강원 선수들의 모든 신경이 강상우와 송민규에게 집중된다.
그리고 고영준. 고영준은 김영빈과 아슐마토프의 벌어진 간격 사이의 공간, 이 공간을 포착하고 강원선수들의 시야 뒤로 속도를 높여 침투해 들어간다.
 

캡처5.PNG

하프스페이스에서 두 번째 공격기회를 잡은 고영준.
 

2021_3_7_9.gif

이 기회를 완벽하게 마무리한다.
 
이 일련의 과정을 연결해서 보자.

2.gif

 

지난 시즌 데뷔골부터 그랬지만 고영준은 박스 안에서 침착하고, 양발 슈팅을 시도할 수 있는 선수다.

교체로 투입된지 불과 2분만에 경기운영, 공간창출, 박스 안 마무리까지 자신의 재능을 확실하게 표출해 냈다.

포항은 고영준의 동점골을 시작으로 후반 경기흐름을 가져왔고, 결국 역전까지 성공해 냈다.  

 
지난 1라운드 후기 글을 이번 포항의 골장면으로 좀더 설명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고영준에게 이런 플레이메이킹과 공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면,
만약 신진호가 고영준의 강한 백패스를 확실하게 트래핑하지 못했거나 고영준의 의도에 호응해 주지 못했다면,
강상우가 고영준의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하거나 높은 퀄리티의 공간패스를 찔러주지 못했다면,
이 장면은 성립될 수 없었을 거다.
볼을 제대로 잡아놓지 못하거나 경기운영능력이 부족한 선수들은 이전보다 그 실수나 약점이 더 선명하게 보여질 수 있다.
 
유럽 선진축구에 대한 지식과 정보에 접근하기가 용이해 지고,
전술지도능력이 우수한 새로운 세대의 감독들이 리그에 자리를 잡고,
축구에 눈 뜬, 예전 같으면 은퇴했을 나이대의 선수들이 충실한 자기관리로 스스로 선수생명을 늘리고 있고,
골든에이지의 혜택을 받기 시작한 1999년 이후 태생 선수들이 리그에 유입되면서
확실히 경기운영(플레이메이킹), 공간과 전술에 대한 이해도, 피지컬적인 면에서 리그레벨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큰 틀에서 얘기해 보자면,
19시즌 정도만 해도 감독의 전술지도능력으로 팀의 퀄리티를 가시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고 생각됐는데
20시즌을 거치면서 선수들 스스로 지도자들 못지 않게 스스로 생각하면서 경기할 수 있는 능력이 높아진 것처럼 보이고
올시즌인 21시즌은 선수들 간 수싸움이 더 복잡하게 펼쳐지는 양상이라
감독의 전술 이상으로 선수 개개인의 경기운영능력의 중요성이 더 부각될 것처럼 보인다.
특히 상위스플릿 레벨의 팀에서 뛰려는 선수들에게는 이제 공격과 수비를 스스로 조직하고, 부분전술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능력이 필수로 요구되어 질 수 있겠다.

댓글 18

best 강철유스 2021.03.07. 10:57
우리팀이라 다행이지 강원팬들 입장에선 얄미웠을 거라는 생각 들더라 ㅋㅋ
best Hunt_K 2021.03.07. 10:12
오재혁도 보다보면 상대 역동작 이용하는 플레이가 많긴하던데
best 신객 작성자 2021.03.07. 10:30
ㅇㅇ알아도 타이밍 잡기가 어려운 건데 송민규 상황 봐가면서 타이밍을 기가막히게 잡음ㅎㅎ
신객 작성자 2021.03.07. 10:29
 FC포항스텐레스강
고영준이 스탯 생산능력이 좋아서 아마 그러지 않을까 싶음. 오재혁, 윤석주 성장이나 활용도 지켜보면 좋을 거 같고
댓글
신객 작성자 2021.03.07. 10:30
 오리지널스
댓글
best 신객 작성자 2021.03.07. 10:30
 PrimaPunta
ㅇㅇ알아도 타이밍 잡기가 어려운 건데 송민규 상황 봐가면서 타이밍을 기가막히게 잡음ㅎㅎ
댓글
best Hunt_K 2021.03.07. 10:12
오재혁도 보다보면 상대 역동작 이용하는 플레이가 많긴하던데
댓글
신객 작성자 2021.03.07. 10:32
 Hunt_K
ㅇㅇ역동작 걸리는 타이밍 잘 재더라고. 쉬울 상황이 아닌데 한번씩 되게 쉽게 벗겨내고 올라가는 장면들이 있음
댓글
waco 2021.03.07. 10:23
00년 전후애들이 축구지능이 확실히 좋음
댓글
신객 작성자 2021.03.07. 10:33
 waco
프로레벨에서는 어떨지 궁금했는데 피지컬 적응이 문제지 프로템포에서도 지능적으로 풀어내는 건 오히려 기성 선수들보다 더 좋은 거 같어
댓글
best 강철유스 2021.03.07. 10:57
우리팀이라 다행이지 강원팬들 입장에선 얄미웠을 거라는 생각 들더라 ㅋㅋ
댓글
고영준 2021.03.07. 11:38
와 이렇게 정리해서 보니까 진짜 대단하네요.. 감사합니다 ㅎㅎ
댓글
슈햄슈몬 2021.03.07. 11:43
지난시즌부터 고영준 보면 뭔가 심상치 않음... 새로운 슈퍼스타가 탄생할거같은 느낌
댓글
JHSHYOT 2021.03.07. 12:04
지난시즌도 그랬지만, 올 시즌은 더 중용 받을거 같아서 좋음.....
고영준 보면 1년차 주안이 생각나서..너도 저랬잖아ㅠㅠ
댓글
내일로미루자 2021.03.07. 12:17
개인스펙으로 무너뜨리는게 아니라 패스웍을 통한 전술로 뭉게는게... 기동볼이 확실히 뭔가 있긴하다... 병수볼은 있는거 같은데 없는 느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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