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역사 <그때 그 테레비죤> ① HLKZ-TV[발롱도르~]

여러분들은 우리나라 최초의 TV 방송국이 어디인지 아십니까?

현재까지도 자리를 잡고 있는 KBS? MBC? 아니면 이름부터가 '조선'이 들어가는 TV조선?

아쉽게도 모두 아닙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 최초의 TV 방송국은 어디일까요?

오늘은 우리나라 60여 년 TV 역사의 첫 시작이 되었던 바로 그 채널을 소개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UbHlNPAzqk&feature=emb_title

우리나라 최초의 TV 방송국은 황태영 씨와 미국의 전자회사였던 RCA가 합작해 만든 HLKZ-TV (KORCAD TV)입니다. 

한국 RCA 대리점을 운영하던 황태영 씨는 기자재 납품 차 미국 뉴욕에 방문했다가 처음으로 TV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는 TV와 완전히 사랑에 빠졌고 RCA 본사 사장으로부터 수수료 대신 TV 기자재를 받아와 한국에서의 TV 방송을 계획하게 됩니다.

황태영 씨의 주도로 빠르게 준비하던 HLKZ-TV는 마침내 1956년 5월 12일 오후 7시 30분 파고다공원, 광화문, 시청 앞 등 총 20여 곳에 수상기를 설치하고 약 2시간 가량의 시험 방송을 시작하게 됩니다.

(1956/05/14 동아일보 / 출처: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채널 9번으로 송출된 이 방송으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15번째, 아시아에서 4번째로 TV 방송국을 개국한 국가가 되었습니다. 같은 해, 6월 16일에는 정규 방송을 시작했고 매주 토, 일, 수요일마다 8시부터 10시까지 2시간 가량 방송했습니다. 7월부터는 방송 시간을 확장했으며 뉴스, 어린이 프로그램, 노래자랑, 드라마 등이 편성되었습니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대한민국 최초의 TV 드라마도 HLKZ-TV에서 제작 및 방송했다고 합니다. <천국의 문>이라는 작품이 우리나라 최초의 TV 드라마이며 이승에서 도둑질을 하던 두 사람이 저승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여러가지 경제 상황과 낮은 TV 보급률으로 경영난에 시달리게 되고 황태영 체제는 1년만에 종료, 1957년 6월에 당시 한국일보 사장이었던 장기영이 인수하게 됩니다. 장기영은 DBC 대한방송으로 개편하고 방송국의 기틀을 잡기 위해 많은 시도를 했습니다. 하지만...

(1959/02/04 경향신문 / 출처: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1959년 2월 2일 새벽, 사옥이던 동일빌딩에서 화재가 발생하며 모든 방송장비가 불에 타게 됩니다. 이 화재로 인해 방송을 할 수 없게 된 HLKZ-TV는 방송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1959/02/28 동아일보 / 출처: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다행히도 한달 뒤인 3월 1일부터 매일 저녁 7시부터 7시 반(이후 6시부터 6시 반까지로 변경된 듯함)까지 30분동안 미군 방송인 AFKN TV에서 한국어 방송을 송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HLKZ-TV의 직원들은 이 30분을 꽉꽉 채우며 AFKN에서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1961/10/17 동아일보 / 출처: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그렇게 약 2년 8개월 동안 30분 간의 방송을 쭉 이어오던 1961년 10월 15일, AFKN에서 한국어 방송을 중단하며 HLKZ-TV는 '한국 최초의 TV 방송국'이라는 이름만을 남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참고로 HLKZ-TV의 마지막 방송은 <무궁화 새로 피네>였습니다.

채널 9번은 당시 창설이 추진 중이었고 같은 해 12월 31일 개국한 KBS로 회수되었고 대부분의 직원들 역시도 KBS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워낙 시간이 오래 지났고 크게 성공한 방송사도 아니기에 HLKZ-TV의 자료들은 많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TV 역사의 첫 스타트를 끊은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