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스포츠 The Trilogy: 미오치치 vs. 코미어

'트릴로지', 3부작을 뜻하는 영단어이다. 하나의 명작을 만들기도 힘든 이 세상에서 완벽한 3부작을 완성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누군가는 소포모어 징크스에 빠지기도 하고 누군가는 '3의 저주'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딛고 일어서 완벽한 3부작을 완성한 사람들이 있다. <대부 3부작>을 만들어낸 영화계의 명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부터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를 통해 슈퍼히어로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크리스토퍼 놀란까지. 모든 역경을 딛고 1편부터 3편까지 최고의 기량으로 최고의 작품들을 탄생시킨 사람들이다. 

MMA 업계에서도 이러한 사람들과 그들의 환상적인 트릴로지가 있었다. '영원한 라이벌' 랜디 커투어와 척 리델간의 3번의 경기, 반더레이 실바와 퀸튼 잭슨간의 3번의 경기, 2010년대 UFC 헤비급 인기를 주도했던 케인 벨라스케즈와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간의 3번의 경기 등등. 당대 최고의 라이벌들의 피튀기는 3부작은 전 세계 MMA 팬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이번 주 일요일(한국시간), 또 다른 완벽한 3부작으로 MMA 팬들의 가슴을 다시 뛰게 할 두 명의 사나이가 있다. 현 헤비급 챔피언이자 '세계에서 가장 강한 소방관' 스티페 미오치치와 라이트헤비급과 헤비급 두 개의 타이틀을 동시에 석권한 바 있는 'DC' 다니엘 코미어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충격과 논란의 1차전 in UFC 226

이 두 선수의 드라마는 약 2년 전 시작되었다. 당시 스티페 미오치치는 헤비급 챔피언, 다니엘 코미어는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으로 두 선수 모두 본인 체급의 랭커들을 거의 모두 제거하고 3차 방어에 성공한 상황이었다. 이에 UFC 사장 데이나 화이트는 계속해서 미오치치와 코미어 간의 슈퍼파이트를 성사시키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당초 다니엘 코미어는 팀 동료이자 당시 헤비급 랭커 중 유일하게 미오치치를 상대한 적이 없었던 케인 벨라스케즈가 복귀해 미오치치와 싸웠으면 좋겠다며 이를 거절했지만 데이나 화이트의 끈질긴 설득으로 결국 오퍼를 수락하며 헤비급 챔피언과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간의 경기가 UFC 226에서 펼쳐지게 되었다.

경기 이전, 많은 도박사들과 팬들은 미오치치의 승리를 예상했다. 두 선수의 키, 리치 모두 미오치치가 각각 10cm, 20cm 가량 길었으며 미오치치는 타격, 레슬링, 맷집 모든 면에서 준수한 모습을 보이는 극강의 파이터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몇몇 팬들은 미오치치와 코미어의 매치 자체가 미스매치가 아니냐라는 의견까지 내기도 했고 미오치치가 코미어를 상대로 4차 방어에 성공하는 것이 당연시 여겨지는 분위기였다.

그런 분위기에서 UFC 226의 막이 올랐다. 페티스의 트라이앵글 암바, 페리와 펠더의 화끈한 대결, 은가누와 루이스의 개똥망 UFC 역사상 최악의 경기를 거쳐 브루스 버퍼의 찰진 소개와 함께 메인 이벤트 경기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경기는 모두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끝나게 된다. 코미어가 미오치치에게 라이트 훅을 명중시키며 1라운드 KO로 헤비급 타이틀을 가져오게 되었다. 

물론 이 경기에서 코미어가 써밍(눈 찌르기)이라는 큰 반칙을 저질렀고 팬들 사이에서 많은 논쟁이 오갔지만 결국 승자는 다니엘 코미어였다. 코미어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관중석에서 이 대회를 관람하고 있었고 UFC 복귀설이 돌고 있던 브록 레스너를 도발했고 브록 레스너도 그에 반응해 코미어를 밀치고 맞도발하며 코미어 vs 레스너의 경기 떡밥이 솔솔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완벽한 복수, 2차전 in UFC 241

1차전 경기 이후 스티페 미오치치는 리매치를 강력하게 원했지만 다니엘 코미어는 미오치치에게 누구라도 하나 이기고 오라는 등 영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코미어는 브록 레스너와의 경기를 통해 거하게 벌고 은퇴하고 싶어하는 눈치였기에 둘의 리매치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였으나 브록 레스너가 데이나의 오퍼를 받지 않고 종합격투기 은퇴를 선언하면서 코미어와의 1차전 이후로 경기를 하지 않고 존버 중이던 미오치치에게 리매치 기회가 주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UFC 241에서 둘의 리매치가 성사되었지만 도박사들과 팬들의 예상은 지난 1차전과는 크게 달라져있었다. 많은 도박사이트에서 코미어를 탑독으로 판단했고 팬들 역시 코미어가 승리하지 않겠냐하는 여론들이 지난 1차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이번에는 경기 흐름도 예상과 비슷하게 흘러갔다. 코미어가 또 또 써밍을 하긴 했으나 초반부터 미오치치에게 정타를 꽂아넣기 시작하더니 엄청난 테이크다운까지 보여주었다. 미오치치도 간간히 대응하긴 했으나 코미어가 1차전의 승리는 운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3라운드까지 타격으로 미오치치를 압도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4라운드, 또 하나의 반전이 시작된다.

3라운드까지 코미어에게 내준듯한 분위기였던 미오치치는 4라운드에서 레프트 바디 훅이라는 카드를 꺼내들기 시작한다. 정말 대놓고, 많이 미오치치는 코미어의 바디에 펀치를 꽂아넣었고 이 전략은 경기를 바꿔놓았다. 계속 바디에 데미지를 입으며 가드가 점점 내려가던 코미어는 라운드를 1분 남기고 그로기 상태에 빠졌고 이 틈을 놓치지 않은 미오치치는 계속해서 안면에 펀치를 넣으며 엄청난 역전 KO를 만들었다. 

Final Round in UFC 252

2차전 이후 은퇴할 예정이었던 코미어였지만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인지 미오치치와의 3차전을 강력하게 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적도 1승 1패인 상황이었기에 UFC 252에서 둘의 3차전이 성사되면서 트릴로지를 완성하게 되었다. 

최후의 승자를 가릴 이번 3차전은 코로나19로 인해 UFC APEX의 스몰케이지에서 펼쳐지기에 레슬링에 조금 더 유리함을 가지고 있는 코미어가 근소하게 탑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두 번 모두 예상을 뒤집은 업셋이 나왔고 서로 1승 1패를 주고받은 상황이기에 누가 승리할지는 정말 당일 경기가 시작되어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트릴로지를 자신의 시리즈로 완성시킬 사람이 누가 될까. 빨리 8월 16일이 찾아와 이 해답을 내게 안겨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