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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괴담/공포 군대실화소설) 집으로 돌아온 영웅 6

아. 참고로 이 글은 빙글이라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제가 연재한 글을 옮겨온 거에요!
그러니 혹시나 불펌이라고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감사합니다!
 
 
 
정신이 오락가락한 채 중얼거리던 재성을 제 정신으로 돌려 놓은 것은 영찬의 찰진 따귀였다.
 
-짝!
-이 븅신이 뭐라는거여. 꿈 꾸고 지랄하고 할 거면 나 없을 때 좀 해라.
 
가볍게 따귀를 얻어맞은 재성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평상시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악몽을 꿔서...
-그래. 정신 차리고 마저 자라. 또 이러면 뒤져.
 
장난스럽게 마무리를 짓고 영찬은 돌아섰다. 생활관에서 지켜보던 이등병들과 불침번, 당직사관도 그저 피곤한 이등병의 해프닝 쯤으로 여기고 피식 웃으며 다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야. 뭐해. 가서 자자.
 
영찬이 와서 나를 잡아끌었고, 나 역시 발길을 돌렸다. 모두가 별 일 아니라는 듯 돌아갔지만, 얼마 전부터 있었던 일들 때문에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재성이 중얼거리며 바라보던 곳이 분향소 쪽인 것도, 점점 짙어지는 이 향 냄새도, 모든 것이 내 어깨에 불안함을 얹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생활관을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니, 불 꺼진 생활관에서 재성이 침상에 앉아 나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다음 날 오전. 우리 중대는 남은 부대 내부 작업이 한창이었다.
 
-저... 강지우 병장님. 잠시 시간 괜찮으십니까?
-응?
 
그늘에 앉아 담배를 물던 내 눈 앞에는 재성이 서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이등병이 시간을 물어? 미쳤네 아주그냥?' 이라며 농담을 던지거나 장난을 쳤겠지만, 지난 밤의 일 때문인지, 나는 재성을 데리고 조용히 흡연장으로 갔다.
 
-왜. 뭔데?
-그..그게... 어젯밤 일 때문에 말입니다...
-말해 봐. 뭐 땜에 그 염병을 떨었는지.
 
마침 내가 기다렸던 이야기였다.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담배에 불을 붙여 한 모금 내뿜었다. 재성이 내쉬는 한숨이 내 담배연기와 섞여 위로 퍼졌다. 그는 다시 한숨을 한번 쉬고는 내게 말했다.
 
-어젯밤에 잠을 자다 꿈을 꿨습니다. 처음엔 가위에 눌린 것 처럼 몸이 안 움직이더니, 마치 유체이탈을 하는 것처럼 공중으로 붕 떠올랐습니다.
-어. 그래서?
-신기한 기분이 들고, 부대 밖으로도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창문을 통해 연병장까지 나갔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끌어당기는 느낌이 들면서 제가 어딘가로 이동했습니다.
 
믿기 애매한 말들을 내뱉으며, 재성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시야가 흐려졌다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제가 분향소 안에 있었습니다. 캄캄한 분향소 안에 혼자 있으니, 갑자기 너무 무서워지고, 불안해졌습니다.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것도 없고, 눈 앞엔 유해를 보관한 함과 제사상이 보였습니다.
-어? 진짜 분향소 내부잖아.
-그렇습니다. 무서워서 거기서 나갈 생각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갑자기 제단에 있는 향 끝이 빨갛게 피어올랐습니다. 그리고 향에서 연기가 뿜어져나왔습니다. 그 연기가 모이더니 두 명의 사람처럼 변했습니다.
-제단 앞에 서서 저한테 뭔가 막 이야기를 하는데, 너무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깨어나서 그 난리를 쳤냐?
 
재성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땐 너무 무서워서 눈을 감았다 다시 뜨니 생활관이었습니다. 눈 뜨자마자 관물대에 있는 십자가를 쥐고 바닥에 엎드려서 기도드렸습니다. 마귀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 그리고 우리가 듣고 뛰어들어왔지. 근데 야. 마지막에 했던 말들은 뭐야?
 
재성이 의아하다는 듯 쳐다봤다.
 
-무슨 말 말씀이십니까?
-아니. 너 막 오른팔이 어쩌고 막 했던 거.
-잘못들었습니다?
-아니. 미친놈아. 영찬이가 깨우고 나서 니 혼자 중얼거렸잖아.
-?? 저 그런 말 한 기억 없습니다. 한참 기도드리다가 박영찬 병장이 제 뺨 때리고, 그리고 정신이 든 거 밖에 기억 안납니다.
 
나는 재성의 얼굴을 쳐다봤다. 살짝 겁먹은 듯 하지만,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이었다. 모두가 들었는데, 그 때 읊조리던 재성은 다른 사람이었을까?
 
-아니. 너... 아. 됐다. 시발 잠꼬대 했나보지. 그러니까 새꺄. 평상시에 운동도 좀 하고, 맨 성경만 읽지 말고. 가만 보면 이 새끼도 이상한 새끼여.
 
나는 두려움을 떨치려는 듯 재성에게 한 마디 내뱉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업을 하러 돌아가는 내 뒤로 재성이 얌전히 따라왔다.
 
-이상하게 요새 대대에서 향 냄새가 그렇게 납니다...
 
나 또한 그게 가장 의아했고, 무서웠지만, 아무 말 하지 않고 걸어갔다. 아무 일 없다는 듯 행동해야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또 낮이 지나가고, 밤이 돌아왔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씻고, 장난치고, 점호를 마친 뒤 한참 단잠에 빠져 있을 때.
 
-강지우 병장님! 강지우 병장님! 기상하셔야 합니다!
-아 시발. 뭐야. 몇 신데.
-두시 좀 넘었습니다! 번개조 비상이랍니다!
-아 씨. 뭔 비상이야. 시발 그럼 밑에 애들 대충 보내면 되잖아. 어차피 훈련상황이잖아.
-아닙니다! 실제상황이랍니다! 탄약고에서 무장한 침입자 발견했답니다!
-...뭐 시발??
-난리 났습니다. 빨리 내려가셔야 됩니다!
 
그렇게, 짙은 안개처럼 향 냄새가 대대를 가득 채운 스산한 새벽. 대미를 장식할 사건이 터지게 됐다.

댓글 1

리나군 2019.05.21. 19:13
이거 딴데서 봤던거다 싶었는데 님 글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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