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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괴담/공포 군대실화소설) 집으로 돌아온 영웅 4

그 날 이후, 나는 한동안 분향소 쪽을 피해다녔고, 전역까지 두 자리 수가 남은 병장인 나는 무리 없이 숨어다닐 수 있었다.
일부러 분향소 근무를 피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분향소 근무도 잘 들어가지 않았다.
그 일이 있고 난 후부턴, 당직 근무 중에 분향소를 향해 무전을 하는 것이 정말 무서웠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날 이후 그런 무전은 들리지 않았다.
그 날 나와 함께 무전을 들었던 1소대장은 일부러인지, 아니면 정말 잊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날 이야기는 입도 뻥긋하지 않았고, 그렇게 향냄새와 함께 머릿속에서 희미해져 갔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가 흘러가던 어느 날이었다.
 
-이기자.
-담배 하나 줘보래이.
 
흡연장에 앉아 있던 우리에게 다가온 신동구 하사는 준서에게 담배를 받아 깊게 들이켰다. 갈증을 해소하듯, 신하사는 연신 연기를 내뿜었다.
 
-야 얘들아. 형 요새 당직 존나게 들가는거 알제?
-그렇습니다.
-근데 요새 분향소랑 탄약고 쪽 애들 존나 이상하다.
 
신동구 하사의 이야기는, 향 냄새처럼 희미하게 사라져가던 며칠 전의 기억까지 다시 피워내는 듯 했다.
 
-얼마 전에도 형이 당직이었거든? 새벽 두신가 세신가 넘어갖고?
-근데 탄약고랑 분향소 복귀하는 애들이 좀 이상하드라.
-뭐가 이상합니까?
-아니. 새벽만 되면 탄약고랑 분향소랑 서로 말이 안 맞아.
-???
-12시 넘어서 탄약고에서 복귀한 6중대 익준이가 우리 애들한테 그러더라고.
 
[-아저씨. 분향소가 무섭긴 무섭나봐요?]
[-아. 밤에 들어가면 진짜 무서워요.]
[-얼마나 무서우면 둘이서 한 번도 안 쉬고 분향소 주변을 그렇게 돌아요?]
[-?? 뭔 소리에요. 우리 무서워서 계속 둘이 마주보고 서 있었는데...]
 
-탄약고 근무 서면 산 중턱에 있으니까 분향소 애들이 뭐하는지 다 보인단 말이야?
-그렇습니다.
-근데 12시 익준이만 그런게 아니라, 그 다음 복귀자도 우리 애들한테 그러는거야.
-잘못들었슴다?
-똑같애. 분향소 애들이 쉬지않고 계속 분향소 주변을 돈대.
 
----------
 
신하사의 손에 쥐고 있던 담배는 이미 회색빛의 재로 변해 간신히 형태만 유지하고 있었다.
준서가 재빨리 새 담배를 꺼냈다.
 
-그래서 내가 엊그제는 탄약고에 직접 갔다왔다? 시벌 뭐 하루이틀이어야지. 맨날 탄약고 애들은 분향소 애들이 돌아다닌다 그러고, 분향소 애들은 개네들대로 가만 있는데 괜히 6중대 애들이 시비턴다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보셨습니까?
-어. 분향소 애들 열심히 돌더라.
-엥? 그럼 우리 애들이 신하사님한테 구라친 겁니까?
-나도 탄약고 위에서 보니까 존나 빡치더라고. 이 새끼들이 사람 갖고 노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애들 다 털었슴까?
-아니. 아무한테도 뭐라 안했다.
-어? 그냥 넘어갔습니까?
 
신하사는 이미 거의 타버린 담배꽁초를 깊숙히 빨아재끼고는 일어나 나와 준서를 쳐다봤다.
 
-두 명은 꼼짝 안하고 서서 근무중이더라고. 나머지 두 명만 돌아다니고.
-엥 그럼 그 두 명 잡아다ㄱ...
-분향소 투입 인원 몇 명이지?
 
나와 준서는 굳은 눈빛의 신하사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사수와 부사수. 단 두명...
문득 내 기억 속에서, 잊으려고 노력했던 그 무전이 생각났다. 귀에 박혔던 그 시리도록 차가운 전자음.. 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봐도, 뇌리에 각인된 듯, 선명하게 기억났다.
[분향소 '2'개조 근무 투입...]
대대에 가득 찬 향 냄새가 걷히지 않는 이상, 이번 일이 마지막은 아닐 거 같았다.
 
이상한 일들을 뒤로 한 채. 진지 공사 시즌이 다가왔다.
부대 정비 및 경계 임무를 맡은 우리 중대를 제외하고, 5, 6, 7, 본부중대까지 대대의 모든 인원이 4박 5일간 부대 밖으로 나가게 됐다.
그렇게 우리 중대는 위병소, 탄약고, 분향소 및 여러 임무를 도맡아 하게 됐다.
나는 일주일간 번개조 조장을 하게 됐고, 이 커다란 대대에 우리와 분향소 안의 유골 두 구만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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